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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현실이 되게 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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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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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들을 마주대하면,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강릉예술창작인촌


산이 겹친 내 고향은 천리이련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 싶어

한송정 가에는 외롭게 달이 뜨고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이 불며

갈매기는 모래톱에 흩어졌다 모이고 
고깃배들은 바다위로 오고 가리니

언제나 강릉 길을 다시 밟아가서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을 할까

신사임당이 멀리 한양으로 시집가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思親(사친, 어머님 그리워)’이라는 시이다. 시문(詩文)과 그림에도 뛰어났던 사임당을 생각하노라니, 어느덧 오죽헌에 다다랐다. 주변은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마음까지 가을을 물들이고 있었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은 오죽헌과 넓지 않은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곳이다. ‘강릉예술창작인촌’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에는 불쑥 들어가 보고 싶은 정감어린 집들이 착한 미소로 반긴다.

▲ 문경희 작가


이곳에 가면 지금도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작가가 있다. 닥종이로 이런 모습을 살려내는 문경희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단은 오백년을 가고 종이는 천년을 간다고 한다. 종이를 만드는 원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닥나무의 껍질이다. 이것으로 만든 닥종이는 종이 중에 가장 좋은 종이라고 할 수 있다. 닥종이가 주는 질감은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자연스런 느낌을 준다. 이런 특성이 우리민족의 정서와도 닮아 있어, 만들어진 작품을 보노라면 어느새 동화되어 그때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 작업 중인 문경희 작가 작품 - 마을 잔치


문경희 작가는 이 닥종이를 재료로 우리의 전통 모습들을 재현해낸다. 그녀의 손길을 거치면, 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현실이 된다. 이것이 문경희 작가의 매력이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들을 마주대하면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녀가 담아 놓은 이야기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면서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다가 그 이야기를 들을 귀가 있는 사람, 함께 울고 웃을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시작한다. 작가로서 그녀의 철학은 정(情) 그리고 본질적 순수의 회복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정화(淨化, catharsis)되며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문경희 작가 작품


이런 관람객을 만날 때 문경희 작가는 작가로서의 보람에 감격하며 자신 또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고 한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정서의 반응이 파도처럼 일고, 파도 뒤에 오는 잔잔한 그 편안함과 회복을 통해 이성의 강화를 경험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문경희 작가의 작품을 통해 본능적 욕구의 상상적 대리 만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작가들마다의 특성이요, 아우라(aura)다. 더나가 이것은 그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charisma)인 것이다. 작품과 관찰자는 이런 은밀하고도 깊은 밀도의 교감 가운데 현재적 일회성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감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 문경희 작가 작품 - 나무해오라 했더니

‘오줌 싸게, 흥부네 박 타는 날, 우린 하나, 군밤, 나 어릴 적엔, 기다림, 꼭꼭 숨어라, 울 엄마’ 이런 문경희 작가의 작품들의 이름을 보면 그 내용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문경희 작가는 ‘문경희 닥종이인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찾으면 그녀의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강릉원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강릉여성문화센터’에서도 그녀에게 배울 수 있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을 나서니, 단풍이 스치며 떨어지고 은행나무가지는 수많은 노란 손수건을 들고서 가을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합창을 한다. 골목길을 걸어 나오며 코끝을 스쳐 가슴 속에 자리하는 ‘솔향 쌀빵’ 냄새를 맡으니, 저녁연기 피어오르던 고향집과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소월의 시 ‘부모’의 한 구절이다. 문경희 작가의 작품은 이런 그리움을 찾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휙, 스치고 지나간다.


닥종이 작가 문경희
강릉시 죽헌동 149번지
강릉예술창작인촌 Gangneung Artist Village
문경희 닥종이인형연구소
http://blog.naver.com/khm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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