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책도서관과 소통
다양성이 숨 쉬는 열린 세계, 열린 의사소통에서는 수많은 발상이 생명력을 가지고 또 다른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유기적으로 창출하게 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라는 것도 목적이나 기술적으로 얽매인 상태에서 나오기는 어렵다. 다양성이 숨 쉬는 열린 세계, 열린 의사소통에서는 수많은 발상이 생명력을 가지고 또 다른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유기적으로 창출하게 된다.
의사소통의 합리성(Communicative Rationality)을 확보하는 것은 물질문명의 이기(利己)에 따른 유익을 위함이 아니라, 사람됨이라는 본질적 기쁨과 행복이 약동하는 휴머니즘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상증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명품 구매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골이 휘어도 자녀들에게 명품을 입혀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사람들이 사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계급적 특권 의식의 발상에서 드러내는 과시인 셈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사회관계망서비스)도 실제적 의사소통보다 더욱더 강력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다. 텔레비전의 각종 프로그램도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합해야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런 현상을 초과실재(hyperreality·과잉 또는 과다현실)라고 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초과실재가 활개 치는 것만큼이나 진정한 의미와 실재는 가려지거나 묻히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는 이런 현상과 관련하여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갯속으로 사라진다”는 말을 했다. 장 보드리야르는 이런 세태에 대해 “악마적 권능”이라며 그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가공된 내용에는 이미 ‘진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가공되는 순간 본질적 가치의 실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진실한 실재를 회복해야 진실한 아름다움, 진실한 행복, 진실한 발전도 가능해진다. 진실한 실재에는 소통, 나눔, 배려, 존중, 사랑과 같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실재야말로 인류가 되찾고 누려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인류는 산업혁명과 사회주의혁명이라는 커다란 변화와 갈등을 경험했다. 이런 소용돌이는 인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산업혁명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편리와 풍요를 선물했지만, 노동력의 착취, 개인주의, 인간소외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런 자본주의적 폐해에 대한 반작용이 사회주의 사상을 잉태하는 온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생한 사회주의혁명의 결과는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발상에서 싹튼 독성과 폐해를 가르쳐주었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 첨단 과학기술을 앞세우며 지식정보시대를 달려가고 있다. 보드리야르의 주장처럼 디지털의 왕성한 활동 가운데 아날로그의 정체성은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것은 절대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이제 인류는 디지털의 편리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남녀 사이에도 ‘다름’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틀림과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공의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라도 아무 제한 없이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듯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모두의 가슴에 희망이 무지개처럼 솟아나도록 손에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소유론적 이기심과 억압의 어둠을 잠재우며 환하게 떠오르는 진정한 창조 본래적 모습으로의 회복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을 위해 사람책(Human Wisdom Book)과 사람책도서관(Human Wisdom Library·종이책이나 eBook 대신 사람의 경험과 지혜를 읽을 수 있도록 만날 수 있게 만든 시스템)도 필요한 것이다. 사람책과 사람책도서관은 사람의 본래적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하는 세상을 회복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이런 모든 노력과 회복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참된 행복이 마음껏 숨을 쉴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요섭
휴먼 위즈덤 라이브러리와 지혜생태포럼을 통해 풍요롭고 아름다운 공감의 시대를 펼쳐 나가는 데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으며 “사람이 책이고 도서관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정보통신대학원, 서울장신대학교를 비롯한 국내외 대학교에서 정보경영학과, 교육학과, 다문화학과 등 여러 분야의 교수와 학장, 학부장으로서도 열과 성을 다해 왔으며 유비쿼터스 경영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아키텍터, 심리상담사, 평생교육사, 시인,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로서도 주어지는 역할에 성심을 다한다.